최근 인상 깊은 만화 2개

By 2019년 5월 25일 미분류

어릴 때부터 만화란 만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워낙 좋아했고, 지금도 힐링은 무조건 웹툰으로 하고 있다. 일 말고 내가 무슨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대충 음악듣기>만화보기>집안일하기> 운동하기>기타(본가방문, 쇼핑, 친구 만나기 등) 순인 것 같다. 아직 스스로 안정화가 덜 되어있다 보니 생활 반경을 크게 벗어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여타 활동을 못한 지 수 년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게 몇 개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나도 부담스럽지 않게 곁에 있어주는 건 만화와 음악 뿐인 것 같다.

한국 웹툰도 좋은 게 많고 리뷰할 것들이 많지만 오늘은 훈훈한 병맛 일본만화 2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미기와 다리 by 사노 나미>

‘사카모토입니다만?’으로 유명한 사노 나미의 신작 ‘미기와 다리’이다.
대충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미기와 다리는 13살 일란성 쌍둥이이며,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고아원에서 살다가 한 부유한 노부부에게 입양되어 마치 1명의 자식인 것 처럼 둘이 번갈아 행동하며 살게 된다. 이들의 목적은 어머니를 살해한 살해범을 찾아내는 것으로, 고아 쌍둥이의 현실성을 가장한 비현실적인 생존기라 보시면 되겠다.
표지 이미지만 봐서는 이토 준지 삘나는 호러물이 연상되지만 까보고 나면 진지한 병맛 만화이다. 개그 포인트는 주로 쌍둥이 2명의 쓸데없이 진지한 캐릭터성에서 오며(하지만 그래봤자 13살), 상황상 2명이서 1명(작중 이름 히토리)의 역할을 해야하는 무리수(애기들이 정말로 정말로 많이 무리한다…)에 또 다른 포인트가 있다.
미기와 다리는 엄마의 살해범을 찾아내기 위해 제딴에는 무척 독기를 뿜고 있지만 사실은 가족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인지라 종종 가족애가 잘 표현되는 일화가 나오면 흐뭇하다.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성도 좋아서 개성넘치는 노부부의 살갑고도 엄한 애정도 보기 좋다. 아마 노부부는 히토리가 사실은 2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행복이 2배’ 라고 외칠 이들이다.
극화체 작화가 작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개그성을 잘 살려주는 작품이다.

<바투키 by 사코 토시오>

다음은 ‘도박마’로 유명한 사코 토시오의 ‘바투키’이다.
이 만화의 주제는 ‘카포에라’이며 나는 카포에라에 아무 관심이 없음을 밝힌다…
이 만화를 읽게 된 계기는 초반 그림체가 기괴해서(…)이다. 명색이 여자애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못생기게 그려놨었는데, 작가가 원래 작화실력이 꽤 좋은 편임에도 여자아이는 그리기 버거웠나보다…
스토리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인공 이치리 산죠는 부모의 과보호 아래서 자라고 있었는데 사실 그녀는 브라질 갱단 ‘깃발’의 보스의 딸이며 지금 같이 사는 부모는 실은 상대 갱단 ‘창’의 조직원들이었다. 이치리가 아기 때부터 이치리를 인질로 삼으며 같이 살아온 가짜부모는 시간이 갈수록 이치리에게 정이 들어 ‘창’으로부터 도망쳐 다 같이 조용히 숨어살기로 결심한다. 부모가 이치리를 과보호 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치리가 중학생이 되던 해에 결국 ‘창’의 조직원에게 발각이 되어 부모는 보복으로 납치당하고 이치리는 혼자 남겨지게 된다. 부모를 납치한 ‘창’의 조직원 BJ는 이치리에게 몇 년 후에 있을 갱단 ‘깃발’의 상속싸움에서 이겨서 돈을 나눠줘야지만 부모를 풀어주겠다고 협박을 하고 이에 이치리는 카포에라 맹훈련에 들어가게 된다는… 복잡다단한 내용이다.
일본의 평범한 10대 여자애가 사실은 브라질 갱단의 숨겨진 상속자이며 카포에라를 통해 강자들을 무찌르고 다니게 된다는 스토리는 참으로 비현실적이지만… 작화나 주변인물들이 너무 심오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고 있다.
처음에는 읽기 좀 어려웠는데 좀 익숙해지고 나니 작가가 원래 그런것마냥 끼워넣는 병맛들이 꽤나 재밌다. 저 위의 두번째 짤 처럼 손가락욕(…)을 너무 진지하고 멋지게 그려놓음과 동시에, 그에 놀라는 인물의 모습도 너무 진지해서… 뭐가 병맛이고 뭐가 아닌지 구분이 잘 안 된달까…
그래도 이 만화 덕분에 ‘오브리가도’가 무슨 뜻인지 알게됐다! Queen의 Rio 공연 중 관중들의 떼창 끝에 프레디가 ‘오브리가도~’라고 외치길래 항상 이게 뭔 말이지 싶었는데, 포르투갈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랜다 ㅎㅎ

이게 뭐라고 쓰는데 2시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뭔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드는 만화들이다. ‘멋지다 마사루’나 ‘오늘부터 우리는’ 류의 고전 병맛만화들은 최소한 컷마다 병맛 안병맛이 구분되는 흐름이 있는데, 위의 작품들은 그런 거 없이 진지하게 보고나니 병맛이더라 의 흐름인지라 어디서부터 진지고 어디서부터 병맛인지 경계를 알기 어려운 작품들이고, 이게 현대의 병맛인가 싶다.

한 컷 한 컷 열정을 다해 그려넣는 위 두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나도 나중에는 멋진 병맛만화를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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