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심각하게 살기

By 2019년 12월 22일 미분류

(모든 걸 100%의 에너지로 살던 나에게)

최근들어 남과 구분되는 나의 특질이 무엇일까, 궁금해왔다. 대충 평범한 10~20대를 보내면 다들 어렴풋이는 알게되는 것들을 30대인 나는 왜 아직도 모르고 있냐면

– 세상을 주로 책으로 배웠다(책에서 배울 게 많긴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책이 80%)
–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때문에 사람을 불편해한다(심지어 피한다)
– 주로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 한다.
–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 타인으로부터 비판받는 걸 매우 두려워 한다.
– 학습력을 바탕으로 한 잘 훈련된 자신으로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본래의 자연스러운 자신이 나올 기회가 적다.

동일한 상황에서 타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고 판단해야 나의 자연스러운 특성을 정의할 수 있는데 위의 성향들 때문에 나는 내가 Standard에서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성격이 상당히 급하고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에 대한 과신의 대환장 콜라보로 인해 중간중간 차분하고 객관적인 논의/판단점을 잡지 못하고 혼자서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고민의 극을 달려 마지막까지 치달아버린다. 이렇게 나온 결론은 너무나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아마 이 성격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많은 손해를 봤던 것 같다. (판단이 좋지 못하지 결과도 좋지 못하고, 급한 성격에 에너지만 쏟아부으니 건강도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랄까)

나와 다른 성격의 똑똑한 동료들과 수 년을 구른 덕분에 판단력은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성격은 아직 먼 것 같다. 그래서 새해부터는, 조금 느긋하게 사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생각만 먹어서는 변화가 어려운 것 같고, 여러 사람들과 섞이는 상황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한다. 누가 나랑 잘 맞는지, 나랑 안 맞는지 자연스러운 호흡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 100%의 에너지를 쏟지 않기로! 적당히 신경 끊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일 수도 있다. 완벽히 수행하지 못해도 실망하거나 자괴하지 말자. 그런 것조차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거다. 놓을 건 놓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그렇게 순응하며 살자.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