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By 2020년 3월 1일 미분류


시작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7살때부터 12살까지 피아노를 배웠었다.
아예 실력이 노답은 아니었던지라 6년이나 배웠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배운 셈이지만 서두에서 말했듯 배우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그 배움이 즐겁지 않았고, 체르니 40까지는 쳐야 한다는 엄마 때문에 꾸역꾸역 피아노 학원에 다닐 뿐이었다.

90년대 초반에 원목 업라이트 피아노를 샀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게 큰 투자를 해주신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 그만 둔 이후로는 피아노는 쳐다도 안 보게 되었다 (어지간히도 지겨웠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자발적으로 피아노 뚜껑을 열게 된 건 20살에 뉴에이지 피아노를 듣고 그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서 부터였다. 그에 비해 학원에서 배웠던 하농/체르니/부르크뮐러/소나타 등등의 곡들은 내게 너무나 매력이 없었고, 악상 기호 따라서 쳐야 하는 이유 또한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곡들이 안 좋았다기 보다는 그 곡들을 악상 기호에 따라 또 올바른 박자에 따라 제대로 연주했을 때 그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누구도 내게 들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당시 다니던 피아노 학원 원장님은…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그다지 좋은 교육자는 아니셨던 것 같다. 차라리 완곡을 한 번이라도 쳐주셨다면… ㅠ).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그러면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 생떽쥐베리

완벽히 들어맞는 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피아노를 잘 치려고 스스로 노력하게 된 건 피아노 음의 아름다움을 좀 더 느끼게 되면서 부터이다. 뉴에이지 뿐만 아니라, 어릴 때 잘 접해보지 못한 고전 작곡가들의 피아노 에튀드/콘체르토를 알게 되면서 피아노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어린 시절의 6년을 보냈었다면 좀 더 충실하고 지금까지도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었을텐데, 그 때의 꼬맹이는 피아노 학원 연습실에 갇혀 어떻게 하면 7번만 치고 들키지 않게 10개의 동그라미에 색칠할 수 있을까만 궁리했던 것 같다 (혹자가 말하길 1번 치고 3개 칠하는 건 국룰이라고…).

지금이야 손이 많이 굳어서 어릴 때처럼 매끄럽게 치지는 못하지만 가끔 스트레스 풀기 위해 간단한 곡들을 연주할 정도는 된다. 나중에 은퇴하면 피아노 많이 많이 쳐야지!(생각만 해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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