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

By 2020년 6월 22일 미분류

어릴 때 한창 글공부 했었을 때 썼던 글인거 같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순간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적어보고자 시도했던거 같다. 파일 뒤적이다가 갑자기 발견했는데 처음엔 우리 오빠가 쓴 글인줄… (문체가 어쩐지 울오빠 느낌이다?)

왜 쓰다가 말았는지 모르겠지만 일부 가져와본다.

———–

나의 등교(지금은 출근이지만)길은 장황하다. 경기도까지 걸어서 20분 거리인 이곳 서울의 북쪽 끝에서부터 과천과 맞닿은 나의 학교까지 주욱 패스를 그어보자니, 직선으로 그어도 이 거리는 답이 안 나오는 답답한 거리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버스로 20분,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서 50분, 그리고 다시 역에서 학교까지는 버스로 20분이다(윗공대 가는 길은 여기서 10분이 더 소요된다). 이쯤되면 차라리 지방에서 다닌다고 말하는 게 속이 덜 터지지 않을까. 나는 이 길을 벌써 7년째 다니고 있다.

길도 멀고 차편도 여러 번 갈아타야 하기에 각 환승지점에서 지하철이나 버스가 제깍제깍 들어와 주는 것은 중요하다. 요새는 초단위 시각까지 맞춰주는 각종 지하철 및 버스 어플 덕에 미리 교통편 도착시간을 예상할 수 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초단위 시각까지 맞추기 위해서 매일매일을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산다.

일단 집 아파트 자동문을 나서는 순간, 버스 어플이 실행된 내 스마트폰을 연신 새로고침 하면서 나의 등교여정은 시작이 된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여유있게 걸으면 6분이다. 그러나 장장 한시간 반이 넘는 나의 등굣길을 생각했을 때 초반부터 여유 부려서는 등교시간이 한없이 늘어질 위험이 있다. 게다가 바로 눈앞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하루에 몇 번 겪다보면 멘붕이 올 위험이 있다). 어플을 실행하면 역까지 나가는 세 개의 버스 정보가 뜨는데 이 중에서 정류장 도착까지 3~4분 안팎인 녀석을 반드시 타야한다. 그래서 등굣길은 시작부터 전력질주다.

버스에서 내려서 연신내역까지 가는 길에는 시장이 하나 있다. 요즘은 재래시장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모델링을 많이 한다던데 이곳은 어림도 없다. 시간을 비껴간 듯한 풍경들, 꼬깃꼬깃 붙어있는 좌판들은 왠지 예쁜 옷을 입고 지나가기가 미안할 정도다. 거기다가 좁은 길마다 느릿느릿 어르신들이 채소, 생선 따위를 들여다보고 계시기 때문에 이 분들의 흐름에 휘말렸다간 순간 나도 발이 묶이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시장 뒤안길로 돌아서 ‘달린다’. 역시 지하철 어플을 계속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칫하다가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는 일이라도 생기면 아까 시장에서 길을 막고 가격을 흥정하던 꼬부랑 할머니를 원망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연신내역은 3호선과 6호선이 통과하는 곳이다. 둘 중 어느 것을 타도 2호선 서울대 입구역까지의 거리는 엇비슷하나 6호선이 약 5분 정도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기 때문에 미세하게 우위를 점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