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일기

By 2020년 7월 29일 미분류


논리적으로 옳냐 그르냐만 판단 하다보니 약간의 욱 하는 감정을 제외하고는 자꾸 속이 말라가, 다양한 상상과 소소한 감성의 물길에 바닥이 보이는 것 같다.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카메라를 들고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천방지축 찾아다니던 시절이 그립고 또 그립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무슨 날인지 생각하는게 그닥 무의미해지는 지금같은 날을 원하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내가 무슨 감정인지도… 느끼기가 어려워.

번아웃일까? 더 잘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오늘 내 동료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또 내 표정은 어땠을까?
나는 오늘 상대의 감정을 잘 짚어냈을까? 최선의 수행을 위해 정해진 알고리즘대로만 행동하다보니 점점 생각의 유연함이 떨어져 가는 것 같아. 생각을 빙글빙글 돌려서 유희의 가닥을 뽑아내던 내가 매력이었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한 거라서, 그래서 둘 다 하기 어려워서 그래,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스스로 위로해본다.

그래도 점심 때 장맛비를 즐기면서 걷다 건진 소소한 것들.

<수줍게 젖어있는 장미>
<귀공자 같은 컬러의 베스파>
<회사 바로 옆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카페, 주문은 바닐라 라떼>
<제 점수는요, 91점>

어제 일찍 잠들었음에도
아침에 정말 너무나 간만에 늦잠을 자서 씻지도 못하고 모자 눌러쓰고
회사 출근시간 1분 전에 겨우 도착했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더 기분이 안좋았어.
근데 기분이 안좋다고 기분이 안좋은 상태로 있으면 프로가 아니잖아.
나보다 더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영차영차 버텼지.

그래도, 있지. 정말로 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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