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10대

By 2020년 2월 2일 미분류

오랜만에 본가에서 방정리를 하다가 먼지가 쌓인, 하지만 한 때 무엇보다 내 가까이에서 나를 살게 했던 무기들을 발견했다.

파스텔, 수채화, 콩테, 목탄, 색연필, 아크릴 등등… 와르르 쏟아내리는 재료들을 보니 이 재료들과 씨름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건식 재료 중에서는 목탄, 습색 재료 중에서는 수채화가 정말 애를 많이 먹였는데 수채화는 바바라 붓이 다 닳고 갈라지도록 칠해댄 끝에 결국 적당한 물의 농도를 내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목탄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금 해보라고 해도 자신없다).

그래도 저 녀석들 덕분에 힘들었던 10대를 견뎠다. 그 당시에는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또 다른 언어를 배웠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닌 내가 어렵지 않게 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부모님은 이제 그림을 그리지 않는 내가 아쉬우신 것 같지만, 결국은 (아마도)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좀 더 즐거운 그림을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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